목양칼럼
민족의 명절 추석 연휴를 지나가고 있습니다. 고향으로 가는 길은 설레지만,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는 조금이라도 먼저 가려는 끼어들기가 곳곳에서 벌어집니다. 오랜만에 모인 가족의 식탁에서도 취업과 연봉, 결혼과 자녀 성적이 화제에 오르며 은근한 비교가 오갑니다. 풍성한 한가위라지만, 경쟁은 명절 밥상머리까지 따라와 앉아 있습니다.
1982년 독일에서 올해의 단어로 선정된 말이 있습니다. ‘팔꿈치 사회’입니다. 옆 사람을 팔꿈치로 밀치며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회를 뜻합니다. 강수돌 교수는 그의 책 『팔꿈치 사회』에서 이 개념으로 한국 사회를 진단합니다. 그는 경쟁이 우리의 뼛속 깊이 ‘내면화’되어 있다고 말합니다. 어려서부터 입시와 취업, 승진의 사다리를 오르며 우리는 경쟁을 삶의 철학으로 받아들였고, 강자의 논리를 자기 것으로 여기는 ‘강자 동일시’에 길들여졌습니다. 그래서 멈추면 뒤처질 것 같은 불안이 우리를 쉬지 못하게 합니다.
안타깝게도 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교회의 규모와 성장, 직분과 자리를 두고 보이지 않는 팔꿈치가 오갑니다. 양보하고 배려하면 손해 보는 사람, 어리석은 사람으로 여기는 풍조가 교회 안에도 스며들었습니다. 세상을 정화해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의 경쟁 논리를 닮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이렇게 권면합니다. “아무 일에든지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고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빌 2:3-4). 그리스도인은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옆을 돌아보는 사람입니다. 우리 주님께서 먼저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가지셨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팔꿈치와 팔꿈치는 같은 높이에서 부딪칩니다. 팔꿈치 사회는 역설적으로 우리가 본래 동등한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하나님 앞에서 우리는 모두 같은 자녀요 한 가족입니다. 서열과 먹이사슬의 구조를 신앙 안에서까지 붙들고 있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 병이요 죄입니다.
이번 추석, 밀치던 팔꿈치를 내리고 어깨를 나란히 합시다. 비교의 말 대신 격려의 말을, 앞지르기 대신 기다림을 나눕시다. 우리의 팔꿈치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아니라 함께 정을 나누는 부대낌이 될 때, 가정과 교회는 이 땅에 작은 천국을 이루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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